내게 있어 투자는 기술이었다.
차라리 내가 고른 종목이 잘못되었다면 내가 세운 기준을 바꾸면 그만일텐데,
시간적으로든 가격적으로든 나를 한참이고 괴롭히고나서 백기를 들었을 때, 기다렸다는 듯이 고공행진하는 종목들을 보며 무력감에 휩싸이기도했다.
그러면 그럴수록 비법을 찾아 기술에만 매달렸다.
일명 개미털기를 알아보는 방법, 유튜브, 차트를 좀 더 날카롭게 보는 보조지표, 시중에 나온 수백권의 주식 책들, 수첩을 들고 명상 등등...
주식만이 인생을 바꿀 유일한 기회라 여겼기에, 20대를 송두리째 갈아넣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주식 공부에 매달렸다.
게다가 밀당의 고수 저리가라할 정도로 당근과 채찍이 혼재했다.
수십 종목으로 분산하면 심심찮게 장대양봉을 볼 수 있었기에 계속해서 정답을 찾아서 헤맸다.
내가 가진 것이 망치라면, 모든 문제가 못으로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입시에 실패한 병든 20살이 가진 능력치로는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주식뿐이라 생각했고, 자연스레 주식만이 내 인생을 바꿔줄 열쇠라 믿었다.
27살에 취업하여 첫 월급을 받았다.
학생 시절엔 돈을 내고 교육을 받았는데, 회사에선 신입사원 교육을 듣고 돈까지 받으니 어안이 벙벙했던 감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러나 각종 매체에서 "월급은 독이다", "월급에 중독되면 안된다" 등의 월급 비하발언(?)을 꾸준히 들어서인지, 여전히 주식에 매달렸다.
29살인 몇 달 전, 감사하게도 기타경기 추첨으로 청약에 당첨되었다.
매도해야 내 돈인 것은 잘 알지만, 현 시점 기준 약 3억원의 시세차익을 기대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지금 집의 부채를 줄이는데 집중하기로 했지만, 부동산(갭투자, 로또청약, 재건축 절차, 입지 등등..)을 신나게 공부했다.
종잣돈의 상당 부분인 1.2억을 계약금으로 지불하고도 허무해할 틈이 없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약 1억원이나 주식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그토록 애를 써도 불가능했던 "주식에 신경 끄기"를 하고 있었다.
좋게 말하면 깨달음을 얻은 기분이었고, 나쁘게 말하면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내가 그동안 주식을 열심히했다고 생각했는데, 주식에 집착해왔음을 인정해야했기 때문인듯하다.
이제서야 내게 있어 투자는 '여유'다.
투자를 할 때 실력과 지식은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실력은 여유롭게 위해 쌓는게 아니라, 투자하기 전에 당연히 쌓아두는 것이다.
투자에서 여유를 가지기 위해선, 실력을 늘리는 것이 아닌 자산군 자체를 늘리는 것이 정답에 가까운듯하다.
나는 머리가 좋지 않기에 이 사실을 체감하기 위해 9년이 걸렸으며 직장과 부동산을 가져야했지만,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의 시행착오를 크게 줄일 수 있을 듯하여 글을 작성합니다.
앞으로는 어느 자산군에 투자해야할지, cash flow는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해봐야할듯합니다.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는 지금에 감사하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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